- 겨울에 제주도 다녀온 이야기
- 어디 다녀온 이야기
- 2013. 3. 13. 00:10
Y양 생일 기념으로 지난 1월 말에 한라산 눈꽃 트래킹을 다녀왔다.
물론 트래킹 따위야 같이 가주는 것일 뿐, 크게 내 안중에는 없었다.
나는 그저 소문난 제주도의 해산물을 먹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만 서로를 위해 협조해주는 정도의 마음으로 간 것이다.
곳곳에서 찍은 상세한 사진은 이미 시일이 지난 이 마당에 의미가 없고
그곳에서 먹은 음식 사진만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첫번째는 도착하자마자 짐가방 들고 찾아가 먹었던 제주시 연동의 올래고기국수
제주도에 유명 고기국수 집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 현지인의 평이 가장 좋다고 하는 곳이다.
(물론 그래봤자 인터넷 평가일 뿐이다. 가까이에 이를 검증해줄 수 있는 현지인인 지인 같은 건 없다)
사진을 올리기 애매할 정도로, 이미 많은 사람이 익히 아는 맛과 비쥬얼이다.
물론 맛있다.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서 건져먹어도 먹어도 또 있었다.
면은 중면인데, 삶아진 정도가 적당해서 소면 취향인 내 입맛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술 안 파는 식당인 게 좀 아쉽더라. 자고로 이런 고깃국물에는 쇠주를 한잔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짐 풀고 저녁 먹으러 갔던 곳은 역시 제주시 연동의 마라도횟집(올래국수 바로 근처다)
겨울이 한창 철이라는 대방어!!
가면 금방 이런 기본 상차림을 내오고, 건너편 카운터에서는 주인장이 끊임없이 거대한 대방어를 해체해서 잘린 횟감을 접시에 담고 있다. 마침 자리 선정이 좋아서 회 뜨는 건 실컷 볼 수 있었다.
삼만원짜리 대방어 한접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한다. 다른 블로그의 오래된 포스팅을 보면 이만원 아래에서 시작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도 많이 올랐다.
식당은 잠시도 쉴 틈 없이 연신 붐볐다.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퀄리티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름지고 고소해서 소주가 연신 들어간다.
사진에는 없지만 방어튀김과 탕도 먹었다.
튀김은 다들 시키길래 시켜본 건데, 나쁘진 않지만 튀김 퀄리티가 특별히 뛰어나진 않다.
탕은 붉은살 생선은 기름지고 비리다는 편견 때문인지 김치를 잔뜩 넣고 끓여서 거의 생선 김치찌개 같았다.
꼭 밥을 먹어야 식사가 마쳐지는 동행만 아니었으면 차라리 머리구이를 시키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날은 종일 한라산에 머무느라 음식 사진이 없다.
일찍 다녀올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느라 노선도 꼬이고, 남달리 체력이 약해 한시간 반 코스를 두시간 반에 걸쳐 올라가느라 우리가 선택한 어리목 코스의 정상인 대피소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해야 했다.
물론 컵라면 한그릇이라도 산 꼭대기에서 먹으면 꿀맛이다. 다만 그런 걸 굳이 사진으로 찍어 남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둘째날 숙소인 사계리 해안가 식당에서 늦은 저녁으로 먹은 어촌식당 해물전골
워낙 늦은 시간, 비수기라 문을 닫거나, 혹은 불은 켜졌지만 인적은 찾아보기 힘든 그런 분위기에서 반신반의하며 시켰는데 의외로 푸짐하고 깔끔했다.
작은 전복을 생으로 넣어줬는데, 보글보글 끓이니 뜨겁다고 연신 몸을 뒤틀어서 잠시 전복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물론 맛있게 냠냠 먹어주었다.
냄비에 전골이 끓으면 주인 아주머니가 와서 직접 전복도 잘라주고 소라도 빼주고, 원한다면 라면사리도 넣어먹으라고 퍽 친절하게 굴었다.
기본 밑반찬은 이렇다.
물론 역시나 한라산 소주와 함께했다.
무김치가 인기 품목인지 반찬을 내어주시면서 맛이 딱 들었을 때니 많이 먹으라고 하더니 정말로 맛이 좋아서 한번 더 받아다 먹었다.
다음날은 역시 숙소에 짐을 맡겨놓고,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몇 군데를 걸어서 돌아다니면서 의도치 않게 올레길 10코스를 돌았다.
묵었던 곳에서 가벼운 토스트 아침을 먹었지만, 의외로 행로가 길어지는 바람에 출출하던 차에 마침 바닷가 풍광 좋은데 왠 피자집이 있어서 요기 할 생각으로 들어갔던 곳(송악리조트 인근)
깔끔하게 카페 스타일로 꾸미고, 손 반죽 피자를 만들어 판다. 다만 문 연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서툰 부분이 더러 있었지만 이용하기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포르마지오를 시켰는데 이 시골에서 무려 고르곤졸라를 넣어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찾는 이 드문 우리의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길도 주인 양반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식당은 고등어회로 유명한 모슬포의 만선식당
회 한접시 사만원
그리고 기본 접시로 어묵탕이나 동그랑땡 따위의 잡다한 것들이 좀 나온다.
아 늦게 나와서 사진에는 없지만 돼지고기를 달콤한 간장양념 발라 구운 꼬치가 나오는데, 그것은 제법 훌륭했다.
고등어도 방어와 마찬가지로 붉은살 생선 계열이고 산지 아니면 쉽게 회로 먹기 힘든 생선이다.
말하자면 산지에서나 먹지, 서울 와서 먹으려면 비싸지는 귀한 음식
다만 먼저 대방어를 먹고 고등어를 먹으니, 아무래도 방어만 못하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
그래도 물론 맛있었다.
비린 맛에 거부감 없는 나는 그냥 생으로도 맛보고, 장 찍어서도 먹어보고
그러나 여기서 권하는대로 김에 양파무침과 밥을 넣어서 싸먹는 것이 한 접시를 전부 먹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역시 술이 술술술 넘어간다(그러나 역시 방어 먹을 때만은 못하다. 물론 늦점심과 저녁이라는 시간 차이도 있겠지만).
이로써 짧은 제주 여행 음식 기록을 마치며
처음 목적이었던 눈꽃 트래킹 사진을 한두 장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선택한 초보자 코스인 어리목 코스는 겨울 풍광이 아주 좋고, 다만 백록담까지 오를 수는 없는 것이 단점이나
대신 백록담이 멀리 보여서, 왜 한라봉이 한라봉인지 짐작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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