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금강섞어찌개(금강주물럭)

섞어찌개라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돼지고기와 오징어를 기본으로 각종 야채나 혹은 김치, 소세지 등을 섞어서 자작하게 끓인 찌개류라고 한다.

음식 사진의 붉은 국물이 한눈에도 내 취향일 것 같아서 기회를 만들어 먹으러 가봤다.

검색해서 나온 유명 섞어찌개집은 명동에만 두 군데

그 중 30년 되었다는 섞어찌개집은 위치가 애매해 40년 되었다는 섞어찌개집으로 갔다.


섞어찌개 2인분을 시키니 이런 것이 나왔다. (1인분 팔천원)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다른 곳에서 봤던 사진에는 고기가 이보다 더 기름진 부위로 덩어리째 들어가 있었다. 여기 든 건 아주 얇게 썰어서 많아보이지만 실상은 얼마 안 되는 대패고기

제공 밑반찬은 이런 정도



그냥저냥 무난한 수준인 것 같지만(식당 주제에 숙주나물을 내놓는 호기를 보라!) 

미역 무침에 빙초산을 엄청 쳤던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치는 그냥 수입산 막김치 맛.

그리고 끓이니 이런 비쥬얼이 되었다. 고기의 두께가 보이는가? 오징어는 남미산인 듯 아주 두껍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의외로 조미료맛도 강하지 않고, 많이 맵지도 않고 깔끔한 편이었다. 

섞어찌개의 첫 경험 치고는, 아 이것은 괜찮은 음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다만 반주 삼으려고 막걸리를 시켰더니 장수막걸리 주제에 오천원이나 했고(맥주, 소주는 사천원)

처음에 추가 면 사리를 우동으로 줄까 물어보길래(아마 우동이 가장 보편적인 선택인 듯) 그냥 라면으로 달라 그랬는데 주문이 실수가 나서 우동이 들어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느라 물어봤더니 국물이 졸아드니 그냥 우동으로 먹는 게 어떠냐는 듯이 말해서 조금 언짢아졌다.

그리고 일인분 팔천원짜리 섞어찌개 손님은 삼만원짜리 주물럭 손님, 만이천원짜리 우삼겹 손님에 비해 못미치는 건지 김치 좀 더 달랬는데 대답만 하고 끝까지 안 주더라. 

그렇다고 직원들이 바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카운터의 한 사람은 신문 보고 있었다. 


이미 가기 전의 조사로 원래 그 옛날에 섞어찌개를 끓이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하고 굽는 고기 메뉴를 추가해서 이름을 금강주물럭으로 바꿨다고 하는 이야기를 본 바 있다.

그리고 조금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도 적지 않았다. 일본어로 된 안내가 곳곳에 있었던 것을 봐하니 관광객 상대로 프로모션을 하나보더라. 그러나 실제로 가게 안의 손님은 관광객보다 한국인이 더 많았다. 그만큼 오래 장사하고, 꾸준히 찾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과연 이런 수준의 서비스로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물론 명동 한복판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거긴 이미 관광객을 상대로 로드샵 화장품과 패션 잡화를 파는 동네가 되어버렸고, 

뭐든 관광객이 선호할 법한 한국 음식을 대충 만들어서 대충 팔면 끝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렇지만 드물게 남아 있는 오래된 식당이 이런 식으로 관광객 분위기에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식당은 최악이었지만, 섞어찌개란 것은 마음에 썩 드는 음식이었다.

조만간 기회가 되면 집에서 만들어먹어봐야겠다.